세계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디시전 이코노믹스는 〃이번 세계경제 회복세는 실제상황(real thing)〃로 진단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장기불황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지난 34분기 말에 경기 저점(底點)을 통과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통계청은 월 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3으로 8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경기회복 초기국면에 나타나는 금리와 주가도 동반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랫목에 온기가 약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어떠한가. 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는 때문인지 윗목은 더욱 냉(冷)해지고 있다.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싸늘한 터에 2, 30대 노숙자들 수마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불법체류 외국인 12만 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개시되었다. 장기적인 불경기로 사상초유의 가격파괴경쟁에 나서고 있는 음식점 등 영세 유흥업소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매출 감소에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 인력난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중소 제조업체에 한해 한시적으로 단속을 제외한다고는 했으나 불법 체류자 단속은 결국 인건비 상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29 부동산대책의 여파도 주목된다. 경향각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권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경기침체로 건설업체수가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터에 일반건설업체들의 부도도 급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시장의 급랭은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켜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강력한 부동산 버블 제거조치가 초래할 위험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가계 신용위험을 더욱 키워 자칫 또 한번의 외환위기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더 이상 서민경제가 위축되어서는 않된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서민경제 회생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