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국가외환위기(IMF사태)때보다 더하다는 극심한 불경기에 구직자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이 극성이다. 한 정보회사가 최근 대졸 구직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 이상이 취업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인 구직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행각은 구직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주위까지 함께 멍들게 하는 사회악이 아닐 수 없다.
취업사기 유형 가운데 가장 흔한 수법이 취업을 미끼로 한 교제비 착복이다. 잘 아는 기업, 혹은 친척이 경영하는 기업에 취직시켜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받아 가로채는 전형적 사기수법이다. 수법이 단순하고 뻔한 것이어서 누가 속을까 싶지만 절박한 처지인 장기 구직자들은 의외로 쉽게 휘말려 피해를 보고 있다. 올초 전문대를 나온 한 청년은 이같은 수법에 속아 6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고 한다. 이 청년은 부모에게 사정해 빌린 돈이라며 참으로 딱한 사정을 털어놨다. 청년은 그렇다 치고 자식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구인 당시에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유혹한 뒤 막상 채용되면 영업직이나 궂은 일을 하는 부서에 배치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형 수법의 사례도 많다. 한 구직자는 이같은 회사에 홍보관리직으로 입사했다, 지방을 돌며 책을 파는 영업사원 일을 하다 불과 수개월만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이 회사는 3개월만 있으면 정식 홍보직원으로 전환해주겠다며 월급마저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이용한 취업사기도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 교재 구입을 강요하고 더 많은 실적을 요구하다 교재값만 챙기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다.
이같은 취업사기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피해자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란 게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당장 취업난이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는 실정으로 앞으로도 취업사기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취업사기는 현실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계층을 상대로 갈취행위를 하는 비인간적, 비사회적 범죄행위다. 이같은 범죄가 극성인 사회는 불안하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취업사기를 막을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고, 강력한 의지로 실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취업사기 막아야 한다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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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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