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실시되는 17대 총선에 출마하려는 자치단체장들의 사퇴의사가 쇄도하면서 지방행정 공백으로 인한 대혼란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행 선거법대로라면 6개월 이상 단체장 없는 행정공백을 겪을 지방자치단체가 50여곳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경기도에서만 4~5개 기초자치단체가 장기간의 행정공백이 예상돼 주민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일부 광역단체장 까지 출마를 고려하고 있어 심각성이 더 한 모양이다. 이 정도면 지방자치의 근간을 허물 정도이니 큰 일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심각한 사태를 경고한 바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한 단체장의 사퇴시한이 선거일 180일전으로 돼 있는데다, 재·보선 실시일을 4월과 10월 두차례로 못박고 있어 언제든 총선으로 인한 장기간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단체장 사퇴시한을 일반 공무원(60일 이전)과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선거법 관련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난 10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단체장 사퇴시한을 '18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법을 개정했다면 행정공백 기간을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선거에 불리할 것을 우려해 자치행정 붕괴는 아랑곳 하지 않은 것이다.
단체장은 주민자치를 실현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단체장이 없는 자치행정의 혼란과 비능률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민생을 걱정하는 국회의원들과 여야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치이익을 지키기 위해 민생을 희생시키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그것도 모자라 당선이 유력한 단체장들을 경쟁적으로 징발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국회는 당장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 단체장의 장기공백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사퇴시한을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으로 맞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재·보선 실시시기도 연 3차례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도 단체장이 반년 이상이나 자리를 비우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국회가 '단체장 사퇴시한 120일 전'으로 개정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재차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신속한 심판을 내려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행정공백 방치할건가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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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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