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鳥類)독감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충북 음성 양계장에서 기르던 2만6천여마리의 닭 가운데 2만1천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인근 오리농장에서도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조류독감이 추가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극성을 부리더니 올해 11월부터는 푸젠(福建)A형 살인독감마저 북미 유럽 등지를 거쳐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고 대만에서도 환자가 확인됐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확산추세로 보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조류독감의 경우 지난 97년 홍콩에서 발생돼 인명피해가 잇따랐던 기억이 있다. 닭고기의 수출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또한 걱정이다. 양계농가의 불안을 넘어 인명피해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사스보다도 10배 이상이나 위협적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사스가 재발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이미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의 재고가 없을 정도로 독감 백신주사를 맞았다. 충북 음성과 인접한 장호원과 이천지역에서는 이미 양계장이나 축사에 대한 방역작업에 돌입했다. 구제역 피해를 집중적으로 당했던 곳이어서 조류독감에 대한 대비는 당연한 것이다.

조류독감 뿐 아니라 이제 각종 변종독감들이 창궐할 시기다. 북미와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푸젠A형 독감도 대비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겨울철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을 볼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사스 공포때 2차 감염자나 사망자 없이 이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독감 백신에 대한 충분한 공급을 서둘러야 한다. 일반 독감의 유행을 막아야만 살인독감의 상륙도 저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공항·항만의 방역체계는 물론 병원의 감시체계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건강을 지키는 개개인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외출 뒤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는 것이 기본이다. 조류독감의 피해농가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해 방역활동에 적극 협력토록 지원해야 하며 더 이상의 피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이동제한 조치 확대도 신중히 검토할 때다. 아울러 연말연시 잦은 모임으로 다중집합장소에 갈 기회가 많아지는 시기다. 절제된 생활로 독감의 공포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