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개혁은 국민이 동의하는 시대적 화두이다. 정치권 전체가 불법대선자금 수수혐의에 연루된 덕분이다.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반세기 이상 썩어온 부패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임을 깨닫고 정치권에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공천개혁을 하네, 정치개혁입법을 서두르네 하며 개혁대세에 휩쓸려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총선을 90일 앞둔 선거현장은 개혁대세를 비웃듯 사전불법선거운동이 예년보다 더욱 기승을 부린다니 우리 정치의 견고한 부패구조가 놀라울 뿐이다.

경기도선관위는 15일 현재 총 334건의 선거법위반행위를 적발해 이중 8건에 대해 고발및 수사의뢰 조치를 하는 한편 326건에 대해서는 해당 출마예상자들에게 경고·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인천시선관위 또한 같은 기간 20건의 위반행위를 적발, 5건은 고발·수사의뢰했다고 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난 16대 총선을 앞둔 같은 기간에 적발한 위법행위 건수와 비교했을 때 적발건수가 3.5배나 증가했다니 시대착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불법의 내용 또한 과거와 다르지 않다. 당원연수를 빙자한 향응제공과 선심관광은 기본이고 경쟁자들에 대한 비방·흑색선전이 대부분이다.

더 큰 걱정은 인력부족으로 불법현장 전체를 감시할 수 없는 선거관리 현실을 고려하면 전국적인 불법선거운동 규모는 드러난 것 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란 점이다. 정치개혁의 출발점이어야 할 17대 총선이 이런식으로 오염되면 안된다. 선거의 주체인 정치권이나 유권자는 물론 깨끗한 선거관리의 책임이 있는 관계당국이 비상한 각오로 불법선거 방지 범국민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우선 정치권은 불법선거혐의가 밝혀진 인사들을 후보그룹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에 대해 50배의 과태료를 물리고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만큼 금품 향응 제공 후보자의 명단공개도 적극 검토하기를 바란다. 정부는 불법선거 감시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자원봉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이들을 현장감시요원으로 단기 채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거개혁을 이루는데는 유권자의 자발적인 동참과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이 정치개혁 전체를 좌초시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