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내에서 벌이고 있는 사격훈련장 증설 공사가 새해 벽두부터 계속 말썽을 빚고 있다. 문제는 말썽의 원인이 전적으로 미군측에 있다는 점이다. 주둔국 행정부가 필요한 절차의 이행을 요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공사중지를 요청하고, 국민 여론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군측은 오불관언이다. 파주 스토리 사격장 증설공사 과정에서 보여준 미군의 행태는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변화가 한창 진행중인 현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유감천만이다.
 
미군이 파주시 진동면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스토리 사격장 증설공사의 규모는 총 15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2006년 까지 180억원을 들여 전차와 소총사격장, 교육장 등 군사시설물 10여개를 새로 설치하고 사격장 주변에 11㎞의 철조망을 두른다는 계획이다. 훈련장 증설 규모가 이렇게 큰 이유는 하와이, 괌, 오키나와, 필리핀 주둔 미군까지 훈련시킬 계획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태보고로 잘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무장지대와 연결된 민통선내 한구역을 뭉텅 떼어내 온갖 화력이 집중되는 사격장으로 만들 경우 환경및 생태계 파괴는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생태환경을 지역발전과 연계시키려는 파주시가 사전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공사중단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우리 국방부가 요청한 절차이기도 했다. 환경관련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 국민적 반대여론을 조성한 것 또한 당연한 주권 표출 행위였다. 또한 장장 11㎞의 울타리로 인한 직접 고통을 겪게 될 민통선내 경작농민의 처지도 사전에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미군측은 주둔군지위협정에 규정된 사전협의 절차도 시늉만 낸채 무조건 공사를 강행중이니, 도대체 미국이 자랑하는 합리주의는 어디에 내팽개친 것인지 묻고 싶다.
 
주한미군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수동적인 한미동맹 관계가 서로의 국익실현을 위한 대등한 동맹관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은 변화의 상징이다. 전세계의 비판여론에 오른 미국의 일방주의는 한국에서도 통할 수 없다. 미군의 안하무인격 주둔 자세 변해야 한다. 스토리사격장 증설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한미 양국이 합리적 대안을 찾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