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가.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도 이라크 파병안도 다시 연기됐다. 더 이상 논의할 것도 없을 만큼 끌어온 사안들이 아닌가. 그런데도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가적 이익과 장래가 걸린 중대한 현안들이 국회의원들의 말싸움과 4.15 선거의 득실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그 와중에 서청원 의원의 석방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아무리 이해심 많은 국민들이라고 해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결정하기를 바라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서슴없이 해 치우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의식과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조차 왜 낙천 낙선 운동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를 이해 할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이런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동료의원이라는 이유로 석방 결의안을 감행했다면 그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처사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부패한 정치와의 결별을 요구하는 국민적 감정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파병안과 FTA의 경우 선거구가 어디인가, 자신의 정치적 노선이 어디인가에 따라 표류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기관이다. 당연히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대로 결정해야 한다. 구차한 면피용 발언이 아니라 소신대로 그리고 국민 이익이 무엇인가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국회야 말로 왜 다수결의 원리가 필요한지 반성 할 때다. 만약 파병안과 FTA 찬반여부를 낙선기준으로 삼는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면 이 또한 문제다. 그것은 국가의 중요정책사항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책무를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패나 불법을 저지른 정치인과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어지러운 공방만이 계속되면서 국회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국회와 의원들에게 욕하는데도 지쳤다. 하지만 역사를 지켜온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도대체 국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여소야대에 입각한 입법부 독재의 끝은 어디인가. 국민경제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과연 대통령까지 나서 4.15에 올인 할 때인가. 역대정권에서 흔하던 대통령의 담화도 없다. 형식을 떠나 국가의 장래를 향한 대통령의 고뇌어린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