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안정'을 표방한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참여정부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관철, 상속 증여세 포괄주의 및 지주회사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기업접대비 실명제 강행, 부패와 특권의 유착구조 해체 등 재벌개혁의 지속과 초고강도의 부동산투기억제대책, 그리고 주 5일 근무제와 고용허가제 도입, 손배소 가압류문제 공론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비록 실기(失機)는 했으나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상도 그런 데로 마무리했으며 이라크 파병문제도 어렵사리 봉합함으로써 겨우 체면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1년에 대한 여론주도층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얼마 전 KBS 1라디오에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34.3%였다고 한다. 다른 언론의 보도도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조차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여정부 1년의 경제성적표가 2%대 성장과 8%대 청년실업률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출이란 외생변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결과는 더욱 참담했을 것이다.
 
그간 노무현정부는 참여 속의 개혁을 표방하면서 '코드정치'를 구사,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중심을 둠으로써 기업마인드의 저상과 투자 및 소비 위축, 고용이 줄어드는 기형적인 성장을 시현했다. 재벌개혁과 관련, 국내외 자본간 역차별 문제도 한층 부각시켰다. 또한 지난해 정부가 앞장서 빚 탕감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 신용불량자들간에 도덕적 해이를 대거 증폭시켜 LG카드위기를 재촉했을 뿐 아니라 수습과정에서 관치금융을 부활, 국제신인도에 손상을 주었다. 노사문제에서도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정부는 노와 사 모두로부터 불신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용허가제 및 주5일 근무제의 조기도입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10.29 부동산대책, 미군기지 이전, 신 행정수도 건설 등으로 전국의 토지시장이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다.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개혁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민생안정이다. 빈사지경에 이른 환자를 대상으로 악성 종양 제거수술부터 한다면 그 전에 환자는 죽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급탕, 냉탕식의 충격요법도 않된다. 환자의 상태를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치료하는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