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선관위는 용인갑 선거구에서 10만원 돈 봉투 3개를 돌린 현역의원의 부인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이를 신고한 3개 단체의 대표들에게 총 1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돈을 받은 유권자들이 직접 돈 봉투를 선관위에 전달, 신고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파장을 몰고왔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 남궁석 의원은 2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고, 신고자들은 거액의 포상금을 받았으며, 선관위는 돈 선거 예방 효과를 단단히 보게됐으니 표면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결실을 거둔 셈이 됐다.
 
그러나 돈 뿌리는 후보와 이를 신고하고 포상받는 유권자의 모습이 우리의 어두컴컴한 정치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씁쓸한 심경을 금하기 힘들다. 우선 정치권의 개과천선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불법자금 홍역을 단단히 치른 정치권은 여야없이 깨끗한 정치를 합창해왔다. 돈 선거를 추방하겠다며 전례없이 강도높게 정치관계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법은 법, 현실은 현실'이라는 무법 마인드가 선거현장에 여전한 점이다. 남궁 의원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 것 아닌가. 순수한 개혁결사체라 자부하는 열린우리당의 선거법 위반 행위가 기성정당을 앞지르는 것도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겠다는 현장 분위기의 반영일 것이다.
 
선관위가 제3회지방선거를 앞두고 2002년 3월 부터 내부지침으로 시행중인 선거범죄신고자 포상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은 국민 스스로 수호해야 의무를 져야 한다. 이같은 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포상을 한다는 것은 민주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이다. 국민의 참정행위를 기만하는 유권자에게 수수금품의 50배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타당하지만, 유권자 혹은 국민으로서 자기권리를 수호한 행위에 대해 포상을 하는 제도는 우리의 민도에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장정치의 타락상을 생각하면 제도 자체가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처럼 정치현장의 개혁이 요원해 보이고, 국민의 참정권 수호의지도 포상제도로 유지되는 한국정치의 현실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정당은 제도개선과 말로만 아니라 정치현장을 개선할 개혁공천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은 자발적 참정권 수호운동을 통해 이에 화답해야 한다. 그리고 선관위를 비롯한 선거관리 당국은 민주제도의 본령에 입각한 엄격한 선거관리에 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