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기습적인 폭설은 우리나라 방재시스템을 또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례적인 3월 폭설로 인해 건물 붕괴, 비닐하우스 파손 등 전국적인 피해규모가 3천억원을 넘어섰다. 충남, 북과 경북지역에서는 1천387개의 각급 학교들이 임시휴교 했으며 경부 및 중부고속도로는 개통이래 처음으로 이틀 동안이나 마비되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에서만 4천5백여 대에 이르는 차량들의 발이 묶여 8천여 명의 승객들이 장시간동안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이번 피해는 하늘 탓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정부 및 관계당국의 구태의연한 대처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 사태도 기상청의 부정확하고 한발 늦은 예보와 도로공사, 중앙재해대책본부 등의 늑장대처에 대한 책임이 크다. 더구나 이번에는 고건 총리가 폭설 초기에 중앙재해대책본부를 3번이나 들러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국무총리가 관계공무원들에 3번이나 거듭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대처에 소홀히 했다면 이는 명령불복종이 되기 때문이다. 총리의 령(令)도 제대로 서지 않으니 국민적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원시적인 방재 시스템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근절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개선의 조짐이 안보이는 것이다. 이는 방재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당국의 안이한 방재의식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의 ‘자연재해 대비실태감사’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당시 지적된 문제로 첫째, 중앙재해대책위가 비상설기구로써 방재업무의 부처간 조정기능이 취약할 뿐 아니라 형식적인 서면회의로 대처하고 있고 둘째, 재난관련부처 직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며 셋째, 자연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상청의 장비가 노후화 되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등이었다. 이런 지적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년이 지난 지금의 재난관리대처방식이 과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도 이미 기상이변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테러, 방화 등 도시형 재난도 예상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방재대책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않된다. 정부의 방재업무에 대한 국민적인 감시와 참여를 제안한다.
한계에 직면한 국가 防災 대책
입력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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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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