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버스정책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돼 있다. 본보 경기판에 지난 3월18일부터 4회에 걸쳐 연속보도된 '서민의 발 너무해!' 시리즈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합리한 노선, 제멋대로인 배차간격, 만성화한 불법운행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과 짜증은 극에 달했는데도, 지자체들은 조정과 단속을 제대로 못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들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버스업계의 이권다툼과 로비에 끌려다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경기도와 각 시·군은 지금 당장 전면적인 버스정책 전환에 나서야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버스노선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조정해야 한다. 현행 버스노선은 철저하게 '돈 되는 길' 위주로 짜여 있다. 예를 들어 수원의 경우 162개 노선 가운데 황금노선인 수원역~팔달문~장안문 코스를 거치지 않는 노선은 고작 9개 뿐이다. 안양도 13개 노선 중 12개가 안양1번과를 거친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노선이 승객의 요구는 외면한 채 'ㄹ'로 이리저리 돌게 되어 있다. 정작 버스노선이 절실한 곳은 다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시민들이 노선 신설과 개선을 아무리 건의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니 어이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버스업체 사장단 회의가 갖고 있다는 노선변경권을 지자체가 강력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버스를 단지 여러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하나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제대로 짜인 버스노선망은 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현재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심의 체증과 무질서, 대기오염 해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자들의 이익지키기에 휘둘려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자체가 치밀하게 노선도를 다시 그리고, 업자들을 설득·압박해 교통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광역 심야버스 노선과 운행도 지금처럼 업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일부 구간에 편중된 노선을 바로잡고, 시흥 광주 화성 김포 등 주민들이 원하는 노선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모든 노선버스들의 불법운행과 난폭 운행 등 위법사례도 철저하게 승객의 입장에서 강력히 단속해 근절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버스업계도 '제 배 불리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버스는 공공서비스'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