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의 날이 밝았다. 지난 13일간의 치열한 유세기간이 마감되고 전국 1만3천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그동안 대선과 총선, 또한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의미와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나 후보자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참으로 중요한 날이다. 앞으로 국회를 구성할 선량들의 인물 구성이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당 후보자들을 상대로 평가해보면 과거와는 판이한, 새로운 세대로 바뀌는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다.
 
이번 총선은 16대 마지막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불러온 정국의 혼미가 국회의원 공식 선거전을 시작도 하기전에 거센 '탄핵역풍'에 맞아 지역출마자는 이슈에 가려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한 유권자들은 여론 흐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지역후보의 판단 자체를 유보하는 쏠림현상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민의에 따른 정강정책과 인물론이 크게 후퇴한 양상을 드러낸 순간이다. 뒤늦게나마 각당은 정당의 정책과 인물론을 부각시키며 대결전을 펼쳤지만 결국 초반의 기세가 주류를 이루며 후보자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채 유세전은 끝을 맺었다.
 
그런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냉정한 유권자의 심판을 기대하며 투표율이 80%선을 육박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길만이 국민 대통합과 상생의 길을 여는 바른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표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1인2표제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투표가 진행된다. 그만큼 지난 날 약세 정당의 사표 개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올바로 살피고 찍어야 한다.
 
어쨋든 오늘 유권자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해 슬기로운 판단을 하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 정당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 정치인의 눈부신 대도약은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늘 투표가 마감되는 시점부터 어지러운 총선의 분위기에서 국민은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맹목적인 비판에 앞서 투표로 심판하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중한 한 표의 행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만이 이 땅에 책임정치의 기틀을 마련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