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으로 엇갈린 결정을 내리고 있다. 2일 수원지법 산하 성남지원은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임모(20)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수원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같은 사유로 용인경찰서에서 신청한 권모(21)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물론 각기 이유서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발부와 기각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쪽에서는 이른바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양심상의 결정'이라고는 하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수없어 중형선고가 예상되므로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다고 본 반면, 한쪽에서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법원의 1심에서조차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춘천지법과 전주지법에 이어 성남지원이 3일 입영거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우모(20)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서울남부지법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오모(22)씨를 무죄로 선고한 바가 있다. 분명 동질 사건에 대한 결정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판단이다. 각기 다른 법정에서 각기 다른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구체적 사건을 개별적으로 심리한 사건들을 단순화시켜 그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또한 기준이 무엇인지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에 대해 지법마다, 법관마다 각기 다른 판결을 잇따라 내린다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민의 법감정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한편 서울 동부지법은 병역거부 사건 관련 항소심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정 이후로 일괄 연기토록 결정했다. 지법 차원에서 자구책으로 마련한 임시방편이지만 우선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법적 판단기준이 헌법판단의 최고기관인 헌재에서 일단 걸러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헌재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이미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돼버린 상황에서는 더이상 결정을 늦추거나 미뤄둘 사항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일선 지법에서 일관된 기준이 없이 내려진 판결이 차후 상급심 과정에서 번복된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가 사회적 갈등요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다수가 승복하는 판단의 기준이 하루빨리 나름대로 명쾌하게 세워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