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끝내 참혹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살려달라'며 절규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의 무사귀환을 기대하던 온국민의 염원이 물거품이 되버렸다. 김선일씨의 죽음이 확인 된 후 우리나라의 외교협상 수준이 과연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울분이 인터넷 사이트 마다 홍수를 이루고 있다.
김선일씨의 사망소식은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의 정보부재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씨를 억류하고 있던 무장세력이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한국군의 추가파병안 철회결정에 24시간을 주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협상채널 없이 김씨가 무사하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했다. 특히 김씨의 피랍시점이 당초 알려진 17일이 아니라 5월30일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무려 20일간이나 피랍사실을 파악조차 못했거나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얘기다. 안보 및 해외교포 보호를 위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정보수집과 분석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몇달전 일본인들이 피랍되었을때 일본정부가 보여준 기민한 협상능력이 떠 오르는 대목이다.
김씨의 사망으로 우리는 또다시 국론분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이 심상치 않고 반대로 추가파병을 찬성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파병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는 이라크와 아랍국가에 적대행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복구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 야의원 50여명은 이라크 파병 중단 및 재검토를 위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치권에서 조차 파병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선일씨 사망으로 국민들은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다. 지금은 오히려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힐때가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고 상심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로할 때다. 그러나 정치권이 앞서서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라크 사태의 원인이 부시행정부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더우기 죽음의 땅에 우리의 자식을 보내는 것을 찬성하는 국민이 또 어디 있는가. 하지만 지금 이런 원론적인 문제로 국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 이번 김선일씨의 사망은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반 인륜적인 행위다. 이번 일로 파병을 재검토 한다면 이는 테러에 굴복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이번 김선일씨의 사망으로 교민 안전대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이라크의 정황이 주권이양을 앞두고 있어 매우 위험하고 혼란스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아직도 현지교민에 대한 철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우선은 인근국가로 교민들을 완전 철수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증오 앞에 무고한 한국 젊은이가 죽음을 당했다. 이 충격은 아무리 땅을 치고 통곡해도 부족하다. 우리의 국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자괴감도 앞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접하고
입력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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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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