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고 코스닥지수 역시 연일 사상최저치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종합지수 700과 코스닥 지수 300 붕괴는 시간 문제라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전 같으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반등가능성을 염두에 둔 저가 매수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조짐도 없다. 투자처를 잃은 막대한 부동자금들이 좀처럼 주식시장으로 들어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처절한 학습효과 덕이다. 주식시장에서 수없이 골탕을 먹은 개미투자가들이 더이상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내버려둘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키로 방침을 세웠지만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한국주식시장의 시가총액 40%를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처럼 관주도의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은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이다. 어설픈 주가활성화의 후유증을 그동안 수없이 경험한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 대외여건 악화, 고질적인 노사갈등이 요인이지만 주가 폭락의 주된 이유는 수급불균형때문이다. 매수 주체가 실종된 것이다. 그동안 주체세력으로 군림했던 외국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서자 주가가 하락국면을 맞는 것이 그 증거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주식을 사고 파는 외국인들도 한국 주식시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특히 정부의 불투명한 경제정책은 외국인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성장보다는 배분에 신경을 쓰는 한국의 경제정책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주가 부양에 소홀해서는 안되겠지만 우선 경제정책방향에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을 끌어 안는 것이 지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700선이 붕괴될 경우 외국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손절매를 감행할 가능성도 높다. 대외적인 경제여건이야 정부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미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바로메터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한국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흥적인 발상보다 치밀하고 다각적인 방안을 통해 무너지는 주식시장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정부의 주도면밀한 주가 정책이 늘 아쉬운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