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상당수의 민박·펜션 시설이 소방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던 터이지만, 경기도 소방본부가 내놓은 점검결과를 보면 대형참사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행락객이 몰리는 풍광 좋은 호젓한 곳마다 어김없이 들어서 있는 이들 민박과 펜션 가운데 소화기를 갖추지 않은 곳이 76곳으로 조사됐고, 불이 나도 소방차가 들어갈 길조차 변변찮은 시설도 15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배짱영업 중인 곳도 23곳에 이른다. 지난달 23일 새벽 포천시 영북면의 민박집에서 발생해 어린이 1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당한 화재도 이런 허술함이 부른 사고였다.
 
더욱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현행 소방법규엔 민박·펜션은 소화기 비치 의무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같은 휴가철은 물론이고 일년 사시사철 행락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런 시설이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소방법의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숙박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민박·펜션은 휴가가 주는 방심과 부주의로 인해 화재발생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토요휴무제 등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런 시설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므로, 이제라도 서둘러서 이들 업소에 적용할 소방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방도로가 없는 곳에 길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앞으로는 4m 이상 소방도로를 갖추지 않은 곳에서는 민박·펜션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이번 점검에서 밝혀진 155곳에 대해 여건과 비용문제를 들어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해당 시군은 소방당국의 권고대로 하루빨리 도로 개설계획을 세우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업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특별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고, 미신고 영업을 하는 업소들을 단속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99년 화성 씨랜드 참사, 2000년 인천 호프집 화재 등 그동안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대형화재를 반복해서 겪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이번 민박·펜션 소방점검도 포천 화재 이후에 부랴부랴 이뤄진 것이다. 더 끔찍한 사고를 겪고 나서야 허둥지둥 대책을 서두르는 어리석음이 또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