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다가오면서 어려운 이웃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서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적은 예산이나마 쪼개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나서지만 역부족임을 실감할 뿐이다. 국민들 대부분이 사정이 어렵다보니 자연히 남을 돕는데도 인색해지는 분위기다. 공동모금회 사람들도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난감하다는 표정들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웃돕기 운동이 지지부진하자 할당제라는 고육책까지 들고 나왔다.
인천시 부평구는 추석 명절을 맞아 불우이웃을 위한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그러나 실적이 부진하자 일부 지역의 통장과 주민자치위원, 자생단체장 등에게 '일정량 이상을 모금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연히 '실적채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는 쌀 모으기 운동을 지난 98년부터 전개해 왔다. 구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쌀을 관내 저소득 가정과 복지시설, 불우 청소년 공부방 등에 전달하자는 취지다. 주민들의 호응속에 2001년에는 1만3천포대(10㎏들이), 2002년 1만9천포대, 2003년 2만6천포대 등 해마다 양이 늘어났다. 그러나 명절때마다 쌀을 받아 온 가정과 시설수는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 장기화로 쌀을 모으기가 어렵자 일부 지역에서 자체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통장이나 각종 자생단체 관계자들에게 일종의 '할당량'을 요청하게 됐다는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37개 시설에서 불우한 처지에 있는 1460명이 생활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2천764세대, 3천554명에 달한다. 시는 추석을 맞아 이들에게 3만원짜리 농협상품권을 주기로 하고 9천여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도움만으로는 히들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이 명절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로 그 어느때보다도 이웃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다.
올 한가위에는 힘겹고 쓸쓸하게 보내는 이웃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명절은 가족, 친지, 이웃끼리 모여 모처럼 정겨운 한때를 보내는 즐거운 날이어야 한다. 추석이 오히려 괴롭고 귀찮은 이웃들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힘들때일수록 내 이웃과 주변은 도움이 더 절실한 법이다. 올 추석엔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대한민국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웃과 정을 나누자
입력 200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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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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