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시는 정수기의 물도 믿지 못 하는 세상이 됐다. 수돗물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부적합 음용수에 대한 대책으로 보급된 학교 정수기들이 잇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국회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논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인천지역 학교의 경우 지난해 3/4분기에서 올 2/4분기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412개 각급학교를 대상으로 정수기 수질검사를 한 결과 약 19%인 77개교가 한 번 이상의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2번 이상 불합격 판정을 받은 학교도 27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5곳의 학교중 1곳 꼴로 정수기 물도 믿을 수 없는 셈이다. 대부분 대장균을 비롯한 일반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먹는 물 수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1천188개 각급학교에 설치된 1만1천695대의 정수기 가운데 6.1%인 717대의 정수기에서 일반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됐다.
 
지난 2001년 고양시상수도사업소가 고양지역 53개교를 대상으로 한 정수기 수질검사결과에서도 10개교가 기준치를 넘어선 일반세균이 검출돼 문제가 된바 있다. 당시에도 도내 다른 지역이나 서울 등지에도 이같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지적하고 특별대책을 요구했었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02년 환경부는 초중고교에 설치된 정수기에 대한 관리자를 지정하고 수질검사를 의무화시켜 정수기의 일반세균 대장균균 클로로포름 등 3개 항목에 대해 3개월마다 검사를 실시토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교정수기의 상당수에서 일반세균이나 대장균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반세균이 기준치를 40%이상 초과할 경우 각종 수인성 세균감염이나 식중독에 노출될 위험이 크며 찬물과 따뜻한 물을 동시에 마실 수 있는 냉온수기의 부적합률이 높아 학생들의 건강에 가장 위협적이라 할 수 있다. 방치한다면 정수기를 통한 질병이 창궐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원수인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나 철저한 위생관리와 필터교환 등을 통해 학교정수기의 물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손으로 정수꼭지를 만지거나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등의 비위생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