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이 결정은 지난 3월의 대통령 탄핵 정국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결정을 둘러싼 논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헌재의 위헌 결정은 존중돼야 마땅한 권위를 지닌 국가 헌법기관의 판단이다. 정치권은 이를 왈가왈부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서는 안된다. 이번 결정은 특정 정당이나 세력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여·야는 국감 마지막날인 22일 국감장 곳곳에서 결정에 대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헌재의 논리를 공격하며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인상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을 적극 옹호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헌재가 위헌 결정의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 '관습 헌법' 논리에 초점이 모아졌다. 우리당은 관습헌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헌재는 관습헌법을 해석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적 상식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성문법 체계의 국가에서도 불문법이 인정되고, 불문법도 헌재의 판단 대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거들면서 위헌 결정을 정부·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이 동일 사안에 대해 당리당략에 따라 앞으로의 이해득실을 계산하면서 각각 다른 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침묵하는 청와대는 이날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미뤘다. 다만 '정부가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한 것인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청와대는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의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했다.
 
정치권은 당분간 헌재의 위헌 결정을 놓고 사활을 건 정치적 공방을 벌일 태세다. 그렇더라도 이를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야를 떠나 정치적인 공세는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위헌 결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방안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권이 헌재 결정으로 인한 국정혼란 및 국론분열 상황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