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산지원이 26일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과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 안산시청 6급 공무원 김모씨가 내부고발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송진섭 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자치단체마다 인사불만이 팽배한 시점에서 나온 이번 판결은 '조자룡 헌 칼 쓰듯' 인사권을 휘두르는 단체장의 전횡에 대한 첫 법적 제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그동안 민선단체장의 전리품이자 무기로 치부돼온 인사권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다고 본다.
 
자치단체가 인사를 할 때마다 심각한 몸살을 앓는다는 것은 더이상 공직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는 전직 단체장 파여서 좌천됐고, 누구는 능력도 없으면서 현직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승진했다는 설이 지역사회에 난무한다. 아무리 공정하게 인사를 하더라도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루머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민선단체장들이 인사권을 자신의 의중대로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단체장과 측근들이 승진 미끼와 좌천 위협을 통해 줄서기를 강요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단체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제구실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래 가지고서야 지방자치의 정착은 백년하청이다. 선거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조직이 휘둘리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자치행정이 올바르게 이어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차기를 위한 전시행정과 치적홍보만이 판을 치고, 엽관에 둘러싸인 단체장은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는 일조차 못하기 십상이다. 부당한 밀실행정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도 설 자리가 없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김씨처럼 '괘씸죄'에 걸려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다. 김씨의 경우 종합운동장 건립 과정에서 부당하게 지급된 예산 38억원을 환수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감사원과 부패방지위원회 등에 제출했다가 시청 계장에서 동사무소 사무장으로 전보조치 됐다.
 
물론, 모든 단체장이 인사전횡을 일삼는다고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인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인사 근거 공개, 내부고발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