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수도권에 첫얼음이 얼면서 거리는 황량했다. 그러나 내수시장은 이미 한겨울로 접어든지 오래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매물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경제난으로 인한 가정해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심지어 ‘알바’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는 초등학생들의 수적 증가는 충격적이다. 세수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의 경우 소액체납이 급증하면서 금년도 사업차질은 물론 채권확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민경제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소비주도계층인 고소득층과 2, 30대 마저 지갑열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 위축이 전계층적, 전방위적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오죽했으면 전국의 음식점 주인들이 단군이래 최초의 ‘솥단지 시위’를 벌렸겠는가. 이 정도는 약과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최근 들어 원자재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하며 수출채산성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마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데다 연말연시를 기해 각종 공공요금의 줄 인상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경기는 빠르게 무너지는데 물가는 가파르게 오를 예정이니, 이래저래 춥고 배고픈 겨울나기가 될 것 같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단기대책으로 경기파급 속도가 빠른 건설부문 부터 경기진작대책을 내놓고 있다. 10·29조치 이후 꼭 1년만에 부동산거래세 인하, 일부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서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등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별 반응이 없다. 경기대책은 선제대응이 관건인데 실기(失機)한 터에 거래세율 인하도 변죽만 울리는 정도에 그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콜금리 인하와 부동산세 인상을 동시에 단행하는 등 부처간에 엇박자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건지, 억제하겠다는 건지. 이런 식의 경기대응은 경기침체만 부추기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면 그 속도는 매우 빠르다. 또한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경기침체의 골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고 회복에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작금 우리나라의 경기하강은 구조적 요인보다는 정부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는 듯 하다. 만시지탄이나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기부양대책을 강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