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 신화의 주역 중 한명이었던 3R 장성익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장대표의 구속은 일개 기업인의 구속과는 다른 충격을 던져준다. 그의 이름 석자에 늘 붙어다니던 수식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서울대 역사상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젊음이'의 우상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젊은 나이에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디지털영상 솔루션개발업체를 세워 아날로그 방식의 CCTV를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해 대박을 터뜨렸고 현대시스콤등 3개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하지만 벤처열기가 사그라들면서 3R은 침몰했고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유령기업을 만들어 은행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168억원을 횡령하다 이번에 구속된 것이다. 특히 올 3월 휴대폰의핵심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 관련 기술을 보유한 현대시스콤을 중국계 미국통신업체인 UT스타컴에 매각해 핵심기술 해외유출이라는 비양심저인 기업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30대초반의 젊은나이에 벤처신화의 주역이 된것은 당시 정권에서 벤처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 원인이다.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이번 장대표 구속은 그 후유증의 절정이라는데서 우리를 씁슬하게 만든다.
 
최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벤처신화가 붕괴될때와 매우 흡사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자금지원 덕에 근근히 버티던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기악화지속으로 인해 상당수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강제력을 띤 중소기업대출 촉진책을 은행들에게 요구한 것은 그리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대출기한 연장을 강제로 시행하겠다는 뜻인데 김대중정부때 처럼 벤처들에게 무한정 자금을 지원한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벤처는 무너졌고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은 아직도 자금회수가 안되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대표의 구속에 금융당국이 타산지석 삼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정부도 이처럼 불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지원은 반드시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다. 보다 근본적인 지원대책이 아쉽다. 단지 자금만 지원한다고 해서 무너진 중소기업이 회생된다고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과거정권이 실패한 대책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회의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