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뒤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는 수법으로 1195억원을 대출받은 것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주민번호 관리에 심각한 헛점이 드러난 것으로 이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들의 수법은 아주 간단하다. 법원에 호적정정신청으로 주민등록번호만 바꾸면 채무기록이나 신용불량여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헛점을 악용했다. 신용불량자들은 생년월일 착오등의 이유로 법원에 호적정정신청을 내면 법원이 대부분 주민등록 번호 변경결정을 내리고 행정자치부는 아무런 제제장치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다.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와 은행연합회간 정보공유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일어난 결과다.
 
아무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용불량자 한명이 네번이나 주민번호를 변경해 대출받은 사례가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이주,폐업,국세및 국민연금 체납,임금체불 등 기본적인 신용정도체계가 되있지 않아 금융기관이 신용불량자나 신용위험이 높은 업체에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역시 공공기관과 금융회사간 신용정보 공유체계가 총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98년부터 지난 2월까지 해외이주를 신고한 7만4695명중 4431명이 신용불량자였으나 이중 2789명은 해외이주 신고후 1년이내 출국하면 되는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 2362억원을 고의적으로 상환하지않고 출국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식으로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신용불량자들은 이런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카드연체때문에 사람마저 쉽게 죽이는 세상이 아닌가.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으로 은행연합회가 신용불량자 정보를 행정자치부에 통보하고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을 바꾼 사례를 금융기관에 알려만 해준다면 쉽게 막을 수 있는 문제로 본다.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담당자들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일이 확산된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도덕적해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증거다. 이번 감사원 적발은 기업,우리,산업은행 3개은행에 국한되어 있다. 전체 금융권으로 감사가 확대된다면 적발건수와 액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감사원은 모든 금융권으로 감사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장치는 마련하는 것은 물론 금융권의 도덕불감증 확산을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