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급식을 아이들에게 주고도 어떻게 태연할 수 있었을까. 성남의 한 고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학생들을 상대로 급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각종 이물질이 끊임없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밥과 반찬에서 머리카락, 수세미나 비닐조각이 툭하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문구용 칼조각이나 바퀴벌레, 애벌레, 공업용 너트 등 먹는 음식물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벌레류와 쓰레기가 든 급식을 학생들이 어떻게 참고 먹어 왔는지 정말 황당할 뿐이다. 학생 204명이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골라낸 이물질만 무려 162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부터 말해 학교급식의 획기적인 전면 개선대책이 시급하다. 그동안 학교급식 관리가 얼마나 조악했으면 학운위와 일선교사가 나서 이같은 설문조사까지 벌여야 했겠는가. 가뜩이나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을 두고 학부모와 교육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토불이의 안전한 식자재를 두고 오로지 비용 문제를 앞세워 값싸고 저급한 외국산 일색으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고 있으니 안전과 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양질의 식재료 공급은 차치하고 단순한 조리과정에서 조차 마땅히 이뤄져야 할 위생관리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에서 잇달아 학교급식에 의한 집단 식중독이 번지고 있어 학부모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불거진 성남의 사례는 학교급식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낸,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별나게 이 학교에서만 특수하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경기도의회와 지방자체단체들은 앞다퉈 학교급식 조례제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산농산물로 급식을 하자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이와 아울러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급식이 철저한 관리속에 위생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감시하는 일이 시급하다. 따라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각급 학교 급식시설의 현대화 추진계획은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된다. 특히 중앙정부는 학교급식 조례안을 둘러싼 시시비비를 떠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더이상 너저분한 식탁을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과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해 주기 바란다.
바퀴벌레가 나오는 학교급식
입력 2004-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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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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