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쓰나미가 휩쓸고 간 남부 아시아 피해국들에게 전세계가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사망자 숫자와 재산피해가 여전히 추정치에 그칠 정도로 대재앙이 남긴 상처는 전세계가 나서지 않고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국제연합(UN)이 직접 회원국에 대해 국력에 걸맞는 지원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애초에 수백만불 정도의 체면치레성 지원액수를 밝혔다가 불과 몇일만에 수천만불로 증액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살피지 못한 불찰의 결과요, 구호에 머물고 있는 글로벌리즘의 실체를 드러낸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비극의 현장에 인도주의적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국내에는 합법,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수십만에 이른다. 이중 이번 지진 참사에 희생당한 국가 출신 노동자들이 근 1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이국 땅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죽음 못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불법체류 동료들의 가족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기회의 땅을 떠나는 아름다운 희생들이 줄을 잇겠는가.
 
합, 불법의 논란이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경제불황기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세계의 이류시민 취급하던 우리의 편견과 차별에도 묵묵히 한국경제의 한축을 담당해온 그들이다. 그들이 지금 폐허가 된 고국과 난민으로 전락한 부모형제들로 인해, 한국인의 반인권적 행태보다 더 고통스러운 비극에 직면해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진해일 피해국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출국할 경우 범칙금 면제와 함께 입국 규제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한시적 특별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당사국 대사관과 협조해 이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각 나라별 사망자 명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고국과 동포의 재난으로 이역 땅에서 또다른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세계속의 한국의 역할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재난 현장인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고통을 당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인류애로 감싸지 않는다면, 세계속의 대한민국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