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 벽두에 끔찍한 가족살인극이 벌어져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가족은 가장의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폭력이 또 한번 비극을 부른 것이다. 가정 폭력은 특성상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웃이나 공권력이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폭력을 남의 '가정사'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바람에 희생됐다며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일도 있다.
 
지난 6일 인천에서 40대 가장이 처형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장모와 아내, 처형, 동서를 잇따라 찌르고 스스로 극약을 마신 뒤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난동으로 김씨와 장모가 숨졌고 아내 등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일가족이 졸지에 풍비박산나는 참변을 당한 것이다. 김씨는 이날 갑작스레 동서 집에 들어와 장모와 아내에게 폭언을 퍼부은 뒤 흉기를 휘둘렀다. 1년전 사업에 실패한 김씨는 6개월 전 아내와 별거한 후로는 알코올 중독증세까지 보이며 가끔씩 동서 집에 찾아와 아내를 때리는 행패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비극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동거남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여성이 경찰이 예방조치를 소홀히 해 변을 당했다며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가족은 지난해 9월 고인이 숨지기 전 수차례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매번 그 사실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가정 내 문제'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고인이 살해되기 5일 전 동거남이 흉기로 위협해 신고했는데도 출동한 경찰은 '부부사이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돌아갔다'고 했다.
 
인천 사건이 아니더라도 가정 폭력이 빌미가 된 강력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가정폭력은 필연적으로 가정해체를 부르고, 종종 사회를 뒤흔드는 강력범죄로 이어진다. 우리는 가정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될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상은 헛구호에 그쳐왔다. 가정의 평화는 가족 구성원들의 몫이지만 현실은 더 이상 그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가정 폭력, 더 이상 외면만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