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인 광릉내 숲이 겨울철 밀렵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놀랍다.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를 집중적으로 포획한 흔적이 광릉숲 계곡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있는가 하면 주변에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 네발 짐승을 겨냥한 올무까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동식물 보호을 위해 일반인출입까지 제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광릉내 숲에 밀렵꾼들이 제집 드나들듯 하며 누비고 다닌다는 얘기다. 과연 국립수목원과 관계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한심하다.
 
지난 8일 본보와 시민단체인 '광릉숲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광사모)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광릉숲이 무차별 밀렵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추위에 계곡물이 꽁꽁 언 상태지만 계곡 중간 군데군데 돌과 바위는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헤집어져 있었고 살얼음이 낀 자리에는 미처 수거하지 못한 개구리와 물고기가 하얗게 배를 드러낸 채 버려져 있었다. 죽은 상태를 보아 전기도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들짐승에겐 치명적인 올무가 다량으로 방치되어 있는 광경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최근 불법수렵이 각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성행하는 밀렵은 수도권 도심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강화군 일대의 한적한 농지나 들판, 야산에는 외지인들이 지프와 전조등을 동원한 야생동물과 한밤의 추격전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야생비둘기 오리등 닥치는대로 밀렵을 즐기고 있어 자칫 오인으로 인한 인명피해까지 우려된다. 한마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몰염치한 수렵행위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광릉숲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국립수목원측의 나태한 관리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론 국립수목원 측은 CCTV 등을 통원해 철저한 단속을 해왔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효과적인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있었던 게 분명하다. 밀렵꾼들의 남긴 흔적과 행태로 미루어 볼 때 분명 이곳 사정을 잘아는 자들이 지속적으로 동물들을 마구잡이 포획해 온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어야 한다. 많은 인력과 감시체계를 갖춘 천혜의 광릉숲이 밀렵꾼들로부터 유린당한다면 다른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터이다. 관련당국은 밀렵꾼들이 더이상 설치지 못하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