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제조공장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여성노동자 5명이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돼 작업환경과 직업병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안산중앙병원 등에 의하면 화성시 향남면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이 지난해말 거동이 불편한 하반신 마비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작업현장에서 유독성 세척용제에 중독돼 병원측으로부터 근전도 및 신경조직 검사를 벌인 결과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노말헥산은 무색 무취의 독성을 지닌 유기용제로 세척제나 공업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되며 이들은 장시간 밀폐된 검사실에서 별다른 보호장비없이 생산제품을 용제로 세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수년간 노말헥산을 사용했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어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지는 몰랐다면서 얼마 전부터 일부 근로자들이 이상증세를 호소해 휴식을 취하고, 진료를 받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어 산업재해와 직업병 인정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첨단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제품이 다양화되고 작업환경도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새로운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측의 말대로 노말헥산이라는 물질이 신체에 영향을 줄 지는 몰랐다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 이같은 작업환경의 제조업체들이 더 많이 산재해 있다는 추론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직업병으로 발전할 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더욱이 병원측에 의하면 노말헥산에 의한 집단중독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사례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진상을 파악해 원인을 규명하고 이같은 작업환경에 있는 근로자들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여 확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가뜩이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부당대우 임금체불 인권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산업재해보상문제도 조사결과에 따라 신속히 결정하고 처리해주어야 한다. 직업병의 판정과 업무상 재해보상에 관한 문제는 단순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난 94년 외국인노동자들에게도 산업재해 보상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합당한 조처를 취해줌은 물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조업체의 작업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