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악화되는것에 비례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증은 점점 커지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는 경제를 외면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해가 특히 그랬다. 최악의 경제 침체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은 국민들의 염원을 철저히 외면한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서로 마주보며 달렸다.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했고 대화는 단절됐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사실상 체념상태에 돌입했다. 경제는 깊은 늪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청년실업자는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장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국민들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이 선진사회 협약 체결을 제의했다. 이튿날 한나라당 박근혜대표는 '선진사회협약'을 수락하고 '올해를 무정쟁의 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열린우리당은 25일 비전2005위원회에서 여야 무정쟁의 해 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는 25일 신년인사차 당사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게 경제에 신경을 쓰자고 제안하며 손을 오래 붙잡은 채 자신들의 악수가 '무정쟁을 악속하는 손'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양 대표는 환하게 웃었다.
 
양 대표의 웃음, 과연 진정 올해가 '무정쟁의 해'가 될수 있을까. 그렇게 될거라고 악수를 나눈 양 대표들은 생각하고 있을까. 단언컨대 아마 그들조차 모를 것이다. 국민들 역시 이들의 환한 웃음뒤에 감춰진 또다른 속셈에 대해 걱정한다. 미해결과제인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쟁점 협상을 앞두고 양 당 모두 내부의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또한 4월 말에는 양 당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보궐선거도 남겨두고 있지 않은가. 정쟁없이 이같은 난제를 모두 극복할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양당대표의 웃음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에 수없이 속았지만 이제 다시 한번 속는셈 치고 그들을 믿고 싶다. 새해들어 또다시 국회가 정쟁속에 휘말려든다면 이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이다. 경제가 약간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적 혼란이 재발된다면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