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논술고사 시행 방침을 두고 전국이 시끄럽다. 정부는 '서울대 등이 우수학생들만 독점해 뽑으려고 사실상의 본고사인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려 한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반면 서울대는 '오해가 있으며 예정대로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정부와 서울대간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편차가 크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4일 논술고사를 사후 검증해 본고사로 변질되는 일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는 “매학년도 입학전형이 끝난 뒤 각 대학이 시행한 논술고사에 대한 심의 체제를 구축,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논술 전문가와 대학 교수·입학처장, 고교 교사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앞으로 각 대학의 논술고사를 평가해 본고사를 시행하거나 '허용될 수 없는 논술고사'를 치른 대학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제재를 가한다. 아울러 8월말까지 심의위원회 구성·운영 방식 및 논술고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9월부터 우수 강사가 교육방송(EBS)을 통한 논술 강의를 한다.

 정부는 서울대 등의 논술고사가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의미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등은 취지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대학들의 학생 선발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논술고사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대간 논쟁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 논술고사의 도입여부 보다는 초·중·고교의 공교육 정상화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 공교육이 정상화돼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대학들이 굳이 논술을 볼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의 말대로 사실상 본고사 성격을 지닌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사교육의 번창과 공교육의 위축을 초래할 게 뻔하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막아야 한다. 반면 정부도 대학들이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중·고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친 학생이라면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소모적인 다툼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대신 대학과 공교육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