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정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등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생되는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현상이 두드러지자 정부가 조직적·지능적 양상에 대한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최첨단반도체 핵심기술이 국외로 유출될뻔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전에 범행을 차단하기는 했으나 만일 이번에 범행의 대상인 하이닉스의 최첨단반도체 기술이 유출됐다면 부가가치는 최소한 4천억원에서 12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니 막대한 국부의 손실이 아닐수 없다.

 우리는 정보기술(IT)분야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그나마 근근히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주는 수출분야의 효자덕목중 첨단반도체의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압도적이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나라를 먹여살리는 주력산업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년간 핵심산업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줄줄이 새나가고 있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수년안에 IT강국으로서의 면모도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정원은 지난해만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26건으로 범행이 성사됐을 경우 추정 피해액은 무려 33조원이라고 한다. 반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6건(238명)이 적발됐으나 이미 58조 2000억원대의 기술유출이 이뤄졌다고 한다. 70%가 IT분야란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일부국가는 우리의 첨단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 어떠한 일도 마다않고 있다. 고액의 연봉·스톡옵션 등으로 연구원과 핵심기술자들을 매수하는 행위조차 서슴없다. 또한 외국자본의 국내기업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합법적인 첨단기술의 유출창구로도 활용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 기술인력의 공들인 첨단기술이 무방비처럼 도둑맞는 현실이다.

 이모든 일은 돈에 눈먼 매국행위 다름아니다. 경쟁국에 첨단산업의 기술이전은 결국 우리가 먹고사는 근원적 발전 모멘트를 넘겨주는 철면피한 행위로 기업이나 개인이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을 저버린 윤리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그나마 몇 안되는 우리의 첨단기술이 빚을 잃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유출자의 엄벌이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와 기업은 정보기술의 보호에 체계적 대응과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인력관리와 기술보안이 그만큼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