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유출시킨 도청 테이프가 공개돼 온나라를 진동시킨지 오늘로 일주일째다. 나라 전체에 국가 기관의 불법 도청은 물론 테이프에 담긴 추악한 정치 경제 언론의 자화상에 경악한 사회적 공분이 가득하다. 이제는 이런 국민적 공분을 바탕으로 과거의 모든 권력형 불법을 척결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이와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단호한 조치를 지시한 일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이다. 국가정보기관이 법으로 금지된 도청을 일상적으로 벌여왔다는 사실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 부분은 우리가 민주사회의 질서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권력의 악행인 것이다. 만일 이런 악행이 사회적 대의를 실현했다는 이유로 용납된다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도청이 난무하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양심적 시민단체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지도층이 이런 악행을 끝장낼 수순을 같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특검을 통해 당시 정권의 최고책임자 부터 정보기관의 수뇌들까지 성역없이 조사해 진실의 문을 열어제쳐야 한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국민의 공적으로 단죄받기를 각오해야 한다.

 이미 드러난 정치 경제 언론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대로의 절차를 밟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법의 주역으로 지목된 홍석현 주미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삼성그룹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로써 사태를 매듭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시민단체들의 고소도 있었고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법원의 최종판결 까지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법의 판결 이전에 씻을 수 없는 도덕적 명예의 실추도 이들이 감당해야 할 멍에일 것이다.

 그리고 도청테이프 장사치로 전락한 정보기관 퇴직 직원 몇명에게 농락당하는 우리 사회의 불법 구조를 타파하는데 국력을 모아야 한다. 권력의 불법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당당하게 드러날 수 있고, 이를 가감 없이 보도하는 언론, 이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환원하는 정치가 가능한 사회적 토대를 차근차근 다져나가야 한다. 우리가 악행의 결과가 드러낸 악행을 처단하는데만 집착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