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63개 전철역 가운데 45개 역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가 녹화기능이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철역에서 발생한 각종 추락, 실족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치안유지도 힘들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런 구닥다리 CCTV 시스템을 방치한 채 테러와 같은 대형 범죄를 예방하겠다고 수선을 피우는 정부의 모습이 가소로울 뿐이다.

 7.7 런던테러 사건은 어느 국가도 테러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뼈저리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런던 시내 주요지점에 설치한 CCTV 녹화테이프를 통해 테러리스트의 신원을 즉각 파악하는 개가를 올렸다. 런던을 비롯한 주요도시 전체를 감시하는 CCTV 네트워크에 대해 '빅 브라더의 나라'라는 조롱을 받았던 영국이지만, 적어도 영국에서 테러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려면 얼굴을 물론 이동경로 까지 드러낼 각오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테러가 국제화,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에 영국 CCTV네트워크가 테러 위협 국가들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국제테러 조직의 위협에서 안전한 국가가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로서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임에 틀림없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돼 살해된 고 김선일씨의 비극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나라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표적인 전철역 관리를 이런식으로 한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수원역만 해도 평일에 10만명, 주말에 12만명의 인파로 붐비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이런 곳에서 테러나 그에 준하는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진다면 CCTV 녹화테이프외에는 달리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한다.

 범죄에 취약한 골목 골목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한 서울 강남구는 실제로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율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월등히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범죄예방과 국가안전이라는 공익 실현 효과가 크다면 아무리 헌법적 권리라도 유보하고 양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 설치된 CCTV라면 설치 목적을 실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전철역 CCTV가 녹화마저 안된다면 우스운 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처럼 비용을 아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