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실에 처박힌 향토문화
입력 200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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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재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하는 의정부문화원이 애써 수집한 유물들을 허술하게 방치해 관리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손상되기 쉬워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려운 유물들 조차 마구잡이식으로 지하실에 늘어놓는가 하면 심지어는 통풍이 안되는 보일러실 한켠에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생활도구인 베틀허리대와 도르래, 각종도자기 등 100여종은 곰팡이가 슬어 보기조차 민망할 정도라니 유물의 보관상태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되고도 남는 상황이다. 특히 효종원년 오랑캐로 부터 목숨을 내놓고 정조를 지켰다는 '의순공주 영정'은 훼손정도가 심각하다고 한다. 사실의 논란이 있다고는 하나 매년 기념행사까지 벌였던 영정이 이쯤됐다면 의정부문화원의 문화재 관리인식은 일단 의심받아 마땅하다.
문화재와 유물의 평가는 단순한 재산적 개념이나 경제적 가치에 의한 것이 아닌 정신적 교훈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때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인정받기도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선조들의 슬기로운 혜안과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중요한 기틀로서 역사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중한 향토문화유산을 본존하고 유지하는데 조금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며 그런 점에서 관심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비난 받을수 밖에 없다. 잘못된 보존은 오히려 문화재 파괴 행위 만큼이나 야만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우리민족이 걸어온 한반도 반만년 역사의 발자취이며 선조들의 고귀한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문화유산이 아닐수 없다. 따라서 유·무형의 문화재는 당장의 금전적 가치만으로 따질수 없으며 사실성과 역사성을 고려한 발굴 및 관리·보존은 당연히 후손들의 몫이다. 그것은 비단 지정문화재든 비지정문화재든 가릴 문제가 아니다. 어떤 형태의 유산 또는 유물이라도 하나같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하고 문화재 보존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귀중한 유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외면한채 소홀한 관리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문화재 보호는 단지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차제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모두는 혼연일체가 되어 찬란한 오천년 전통문화의 산물인 문화재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고유한 우리것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여 잘 보존된 유물을 후손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 두번 다시 문화재나 유물이 관련시설물의 지하창고나 보일러실에 처박혀 무참히 썩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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