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의 급식운영 상태가 엉망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고 유해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 식기구를 사용하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서는 결핵보균자가 영양사로 근무하는 사실도 드러났다.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학생들의 70% 가량은 학교급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학교급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4·5월 2차례 경기·서울 등 전국 70개 초·중고교의 학교급식 운영실태를 특별점검한 결과 부실급식에 불량급식이 만연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부적정한 급식운영관리는 물론 위생관리 부실에 식재료마저 관리가 허술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한 학교에서는 보존기간이 1주일 가량이나 지난 육류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보관하기도 했다. 구리시의 2개 고교에서는 구내매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과 삼각김밥을 팔았고, 일부 학교들은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원의 한 중학교는 조리실과 식당내에 파리가 날아다니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데도 그대로 방치했고, 심지어는 결핵에 걸린 영양사가 버젓이 일한 학교도 있었다.
학교급식의 위생상태가 이처럼 엉망인 것은 관련 업체간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입찰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낮은 가격대에 맞추려다보니 재료가 부실하고 위생마저 불량해지는 것이다. 급식업체가 학교에 발전기금을 냈다거나 학교장·교사들에게 밥을 샀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음성적인 비용까지 급식비에 전가돼 부실 급식, 불량 급식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점검에서도 학교급식 운영과 관련한 비리가 70개교 9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의 아침식사를 꽁짜로 주고 교직원은 정해진 식비의 120%, 학생들은 65% 정도로 만들기도 했다니 부실급식을 피할 재주가 있겠는가.
얼마전 국산 농산물만 쓰도록 한 학교급식조례와 관련,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이후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실 급식에 불량 급식이라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학교급식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깨끗하고 올바른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지금 상태라면 차라리 학교급식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런 급식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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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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