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재량에 의해 보전지역이 개발지역으로 변하고, 또 개발지역은 보전지역으로 바뀌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토의 이용계획에 있어 오히려 무계획이 판을 칠 우려가 있는 등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회건설교통위원회 김태환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내 화성시의 토지적성평가방법에 따른 샘플조사 결과 조사대상 사례지역 9만6천평 가운데 36%에 이르는 3만4천500여평의 토지등급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화성 전체 관리지역이 9천400만평으로 볼때 3천450만평의 토지등급이 바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무원 재량으로 해마다 수백만평에 이르는 보전지역과 개발지역이 서로 뒤바뀌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측면에서 토지적성평가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평가방법에 따라 토지등급이나 개발·보전지역이 '왔다 갔다'한다면 환경보전이나 토지소유주들의 이해관계, 투기우려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개발지역이 마구잡이로 늘어남에 따른 난개발 우려와 지가변동으로 인한 토지소유주들의 불만, 또한 개발지역으로 변경되는 토지에 대한 투기조짐 등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얼마 전 용인 등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의 난개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준농림지 철폐 등 강도높은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른바 '선계획, 후개발'을 전제로 하여 마구잡이 개발을 방지키로 한 마당에 토지적성평가에 의해 이같은 일이 손쉽게 행해진다면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들은 세수증대의 필요성과 민원을 의식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계획은 가뜩이나 좁은 땅에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절실한 과제다. 자치단체들에 의해 기본적인 토지이용계획이 좌우되는 일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행 토지적성평가제도를 보다 합리적이고도 정밀하게 운용함으로써 난개발을 사전에 예방하고 마구잡이로 토지등급이 변경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수도권은 개발수요가 많은 지역이기에 효율적인 토지이용계획을 투명하게 수립하고 공개해 국토의 이용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래서 예측가능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난개발을 방지함은 물론 이에 수반되는 비리의 소지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