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수매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올해들어 도내에서 생산되는 쌀 한 가마니 가격(80㎏)이 지난해에 비해 약 7% 하락하는 등 전국의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본격적인 추수기를 앞두고 있는 농촌이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잿빛이다. 게다가 농가부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0kg 쌀 한 가마에 16만7천 원 하던 것이 올해는 산지가격 기준으로 14만6천원으로 떨어졌다. 전남·북이나 경상도 지역의 경우는 14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쌀 생산량도 지난해 720만석이었으나 올해는 45만석이 줄었다. 그러나 쌀 소비량이 다시 줄어들다 보니 쌀값 하락을 더 부채질하는 결과가 됐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양곡비축제가 시행된 때문이다.

 추곡수매제를 폐지시키고 농협을 통해 양곡비축제를 실시토록 한 것은 세계무역기구의 협정상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쌀 시장의 혼란을 우려한 부정적 심리요인이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갈수록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쌀값이 폭락하는 것도 힘드는 데 게다가 면세유값의 상승, 인건비와 비료값 등도 덩달아 올라 그야말로 농촌은 '빈사(瀕死)지경'에 이르고 있다. 부채는 또 어떤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농협에 담보물을 경매처분당한 부채금만 2천144억원이며,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금액 또한 2001년 2천695억원에서 해마다 급증해 지난 8월말까지 무려 6천363억원에 이르는 등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까지 매년 양곡수입량도 3%씩 늘려야 한다.

 생산된 쌀의 1/3은 어디에도 내다 팔 곳이 없다. 외국 쌀값은 현재 우리의 그것보다 1/3 수준이다. 농촌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민들이 정부가 제시한 공공비축제를 거부하고 나서는 이유도 이 제도 자체가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농협에서 비축해 놓은 쌀을 값이 오르면 팔라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농협은 이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가 들리는 데 이는 결국 농민들의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장한 각오로 농정혁명을 계획해서라도 불을 보듯 뻔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안정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