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닛케이지수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지난주 세계 유력의 경제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경제가 노쇄기에 진입, 서서히 시들어 가는데 일본경제만 유일하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참담함 속에서도 경제주체들 스스로 고통스런 수술작업을 전개했다. 정부는 일본주식회사 좌초의 주범인 재벌들의 순환출자고리를 차단했으며 고질적인 관치금융시스템도 개선했다. 또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적대적 M&A를 허용, 외국자본의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기업들은 스스로 과도한 부채를 축소했으며 주주중시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일본 특유의 후진국적 경제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꿔나갔다. 이런 개혁작업은 보수성향이 강한 일본인들에겐 매우 이례적인 일대 사건이었다. 이 잡지는 일본이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서는 낡은 정치의 청산을 주문했다.

 일본국민들은 이에 화답하듯 지난 9.11선거에서 임기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고이즈미 준이찌로 총리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바야흐로 일본정부와 정치권은 작은 정부의 지향과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를 웃도는 정부채무를 장기적으로 4070%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집권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는 중앙부처 공무원 정원을 내년부터 10년 간 20%를 순감(純減)하기로 했으며 지방정부도 같은 기간에 지방직 공무원수를 61만7천명을 줄이기로 했다. 국회의원들은 여, 야당을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세비인하를 위해 국회의원 세비법 개정안을 각각 제시했다.

 우리네 사정은 어떠한가. 외환위기 직후부터 우리 경제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글로벌 스텐다드로 전환했다. 작금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간 수술작업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크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자신들이 국가경영을 잘 한 덕분이라며 서슴없이 큰 정부를 지향, 국가채무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치권의 구태(舊態)도 여전하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어렵사리 마련한 기회를 잃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남의 떡이 유달리 더 크게 보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