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는 재정확충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5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과 5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지만 세입 항목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면서 재정마련이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들어가는 재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책과 함께 예산도 편성했지만 실제로 예산확보 방안은 없는 것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인하하는 등 각종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에서 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전전긍긍이다.
정부가 비과세나 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키로 작정한 항목들은 대부분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투자활성화, 기술개발 유도 등 경제적 순기능을 유도하기 위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의 경우 대기업 위주의 산업기반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보호 장치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균형발전특별세액 감면제도로 전환하면서 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세제혜택을 박탈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런식으로 비과세·감면 대상을 축소해 마련하겠다는 재원은 기껏해야 매년 7~8천억원 가량이다. 이 정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 대한 세금혜택을 축소해 경제활력을 꺽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문제는 이렇게 구멍난 재정을 때우기 위해 혈안인 정부가 뜬금없이 15조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조기착공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해찬 국무총리가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착공에 반대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인구나 경제성만으로 따질 일이 아니라며 조기착공 의사를 밝히자 이 총리는 경제성 논리를 스스로 접고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스스로 밝혔듯이 호남고속철도의 조기착공은 정치적인 배려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매년 7~8천억원을 쥐어짜기 위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 대한 그 알량한 세금혜택 마저 없애겠다는 정부가 정치적인 배경만으로 경제성이 없는 수십조원의 국책사업을 벌이겠다면 이만한 희극이 따로 없다. 불과 얼마전에도 재정계획 없이 600조원 이상이 필요한 국방개혁안을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한 정부가 아닌가. 나라 살림을 이런 식으로 대충 대충 꾸리면 세금을 내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꼭 필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을 갉아먹는 내부의 부실을 털어내는 나라 살림살이의 기본자세 부터 갖추기를 바란다.
돈 줄 마른 정부의 배포 큰 선심
입력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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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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