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가 공원조성을 전제로 기증받은 땅에 주차장 건립을 추진해 말썽을 빚고 있다. 삼정펄프(옛 삼덕제지)의 전재준 회장이 300억원대의 공장부지 4천8백여평을 공원 용도로 안양시에 기증한 건 2003년 7월의 일이다. 팔순의 노 경제인이 공장 터를 기증한 이유는 그동안 기업의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을 준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기업이익을 환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안양시가 기증받은 그 땅에 지하주차장을 건립하려 하자 전 회장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전 회장은 공장 터의 굴뚝과 경비실을 공업도시 안양의 상징물로 남겨두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철거한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기증받은 땅 인근 지역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고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키로 시민공청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토지 여유가 없는 안양시 입장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5천평 가까운 토지에 대한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600대 수용규모의 지하주차장 건설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안양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안양시는 전 회장도 이같은 계획에 흔쾌히 동의할 줄로 미뤄 짐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이 안양시 행정의 불찰이었다. 전 회장이 땅을 기증한 소중한 뜻을 정말로 고맙게 생각했다면 사전에 이같은 계획은 미리 상의했어야 옳았다. 자신들의 계획이 기증자의 뜻에 부합하는지 미리 의논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전 회장은 대형 주차장에 쉴새없이 차량이 드나드는 상황에서 친환경적인 공원조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전 회장 입장에서는 보전을 요청한 공장 굴뚝과 경비실을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한 안양시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약속도 못지키는 안양시가 전국제일의 공원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킬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 회장은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의 즉각 중지를 요구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전 회장과 안양시가 맺은 아름다운 인연이 안이하고 무례한 시 행정으로 인해 훼손된 것이 못내 아쉽다. 안양시는 전 회장에게 우선 정중히 사과하고 그동안의 일 추진 경과를 소상하게 설명해야 마땅하다. 그 다음에 기증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 새로운 부지 개발 계획을 마련해야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증자 의사 무시한 안양시의 무례
입력 200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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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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