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2006학년도 일반계 사립고등학교와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 및 배정을 모두 거부키로 결정할 모양이다.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개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지난 9일 여당이 국회에서 사학법 개정을 강행 처리한 이후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개정을 반기는 여론이나 이를 결사 반대하는 여론이 뒤엉켜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아니다.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의 신입생 모집 거부 방침은 이런 논란의 중심 당사자로서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결론 부터 말하면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유치원 부터 대학교에 이어지는 교육체제는 이같은 국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고 각 단계별 교육기관은 국민교육에 종사할 의무를 져야한다. 국·공립과 사립의 구분없이 교육기관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의 교육권을 실현하고 실천할 의무에서 면책될 수 없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민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의 신입생 모집 거부 방침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와 같다.

 더군다나 지금 사학단체들은 대통령이 개정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청원서를 낸 것은 물론, 조만간 개정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도 제기할 예정이다. 이는 사학단체들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리면 개정사학법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법적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마당에 헌법적 가치인 교육권을 침해하면서 까지 개정사학법 반대 투쟁의 수단으로 신입생 모집 거부를 추진한다면, 법적 행위의 모순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개정사학법을 둘러싼 사회적 파문이 순수하게 교육적인 관점에서 전개되고 정리되기를 희망한다. 법안 처리 절차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이는 국민이 각종 선거를 통해 표로 심판하면 그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개정사학법 통과 이후 예상되는 긍·부정적인 교육적 결과에 대한 견해차이일 것이다. 이런 견해의 차이를 좁히고 사학이 책임있는 국민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법의 존재와 그 법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 논란의 결론을 위임해야 할 것이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로 규정한 사학들이 자기 주장의 관철 수단으로 신입생 모집을 거부한다면 여론의 외면으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