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을 만난 야생동물의 밀렵이 전국에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도내 북쪽지역의 산 일대에서의 밀렵행위를 현장 취재한 결과,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 밀렵행위의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파주시 적성면에서 민간감시단체 회원들과 함께한 취재 하루만에 모두 221점의의 밀렵도구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연천군 곰기골의 골짜기 한곳에서 16점의 밀렵도구가 발견된 점은 전국 대부분의 야산이 밀렵꾼들의 잔인한 도살무대가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지금의 밀렵은 단순히 고라니 멧돼지 정도의 야생동물 포획하는 수법이 정도를 넘어서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퇴각로에 길목에 덫,올무 등을 설치해 낙엽을 덮던 수준이 아니다. 밀렵꾼들만 아는 지능화된 도구가 위장된 검불더미에서 발견되는 등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정도로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 덫이 야생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야생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사람에게 돌아올 수 있다. 멧돼지들의 최근 잇따른 도심출현은 바로 이를 경고하는 강한 메세지 일지도 모른다.

 이 땅의 모든 야생동물은 인간과 공존관계에 있다. 상대 동물들의 존속이 보장되고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모든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가 이뤄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야생동물 포획하고자 하는 탐욕은 바로 우리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다. 자연은 인간의 정복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단속 전문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혹은 시급한 산업개발 논리에 밀려 이 같은 행위를 수수방관해 왔다. 불법적인 관계당국의 밀렵행위에 대한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야생동물들의 희생을 불러왔던 것이다.

 다행히 농림부는 강화된 동물 보호법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동물보호의 인식부터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생태계 보호가 아닌 생태계 복원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밀렵이 성행하는 지역에서는 지자체 경찰 시민단체 공동으로 수시 기습단속을 지속적으로 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상시적으로 밀렵행위를 감시하고 단속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