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반쪽이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 희망의 자리엔 우울한 소식만 가득하다. 정치는 민생을 팽개쳤다. 체감경기는 아직도 영하권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양극화의 그늘에서 떨고 있다. 윤리는 진흙탕을 뒹굴지만 통렬한 성찰은 뒤따르지 않는다. 정략의 산물인 개정 선거법은 지방선거의 의미를 초라하게 퇴색시켰다. 북핵문제의 해결도 짙은 안개 속에 파묻혔다. 이에 더해 또 어떤 복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2006년은 그렇게 막을 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2006년의 과제가 아무리 만만치 않다고 해도 우리는 뚫고 나가야 한다. 비관적 전망을 앞세워 무책임한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힘겹기는 하겠지만 꼬이고 얽힌 상황을 풀어갈 돌파구가 분명히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미 제기될만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거의 다 제기되었다. 치유가 절실하다는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이를 제대로 모아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쉽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공학적 판단만으로 매사를 처리하는 정치 풍토가 희망의 복원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사학법을 둘러싼 최근의 갈등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유효기간 지난 이념을 고수하는 세력들도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합리적 비판보다 정략적 선동을 일삼는 일부 언론 또한 문제다. 공공의 가치를 비웃는 탐욕스러운 이기심도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북핵과 남북관계 등 우리 힘만으로는 풀어갈 수 없는 과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아직 건강한 상식이 살아 있다. 현행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틀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움트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이같은 논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도 오염된 정치꾼을 몰아내자는 요구가 커질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 쉽지는 않을 터이고 성과도 미지수이지만 병든 정치를 소생시켜야한다는 소망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극단을 배격하고 사회적 가치관을 바로세우자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올해 더욱 커질 것이다.
경제 전망도 나쁘지 않다. 고유가와 환율 등 변수가 있기는 하나 새해 연말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빈곤층 장애인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등 약자를 보듬고 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느리게나마 확산되고 있는 점도 희망을 갖게 한다. 한류로 상징되는 우리 문화의 해외진출과 저변확대도 우리에게 적지않은 위안을 준다. 독일에서 날아올 월드컵 낭보를 기다리는 설렘도 있다. 2006년 대한민국이 건강한 상식에 입각해서 새로운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순진한 낙관론을 갖는다고 앞서 지적한 난제들이 술술 풀리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항은 완강할 것이고, 무책임 비판과 불만은 난무할 것이다. 통합의 구심점과 리더십이 쉽사리 찾아질 것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불임의 비관 뒤끝엔 자기비하와 좌절이 있을 뿐이지만 긍정적 자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 허망한 구호에 의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차근차근 짚어보는데서 출발하는 낙관은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 단단히 신발끈을 조여매야 할 시간이다.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지 모른다. 자만도 방심도 경계해야 한다. 내닫지 않는 자는 높이 뛰어오를 수 없다. 만만치 않는 2006년의 과제를 넘어 한단계 도약하는 수도권과 한국사회를 향해 새 각오를 다져야 할 아침이다.
만만찮은 2006년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입력 2006-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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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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