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노동계에 스티븐슨증후군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부천과 광주시의 한 중소 영세 공장의 근로자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금속 세척액에 중독돼 2명이 사망해서이다. 이들의 증상은 TCE(트리클로로에틸렌)에 의한 스티븐슨증후군으로 추정되고 있어 같은 물질을 사용해 비슷한 작업을 한 많은 근로자들의 건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조사결과 이들 사망자들은 안전조치나 교육없이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에서 작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그 충격은 더 크다고 하겠다.

TCE은 유기용 제제로 주로 세척·탈지제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신경계 억제, 간과 심혈관계 손상 등을 유발하고 피부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스티븐슨증후군을 보인다고 한다. 엊그제 경인일보 보도에 의하면 이들 근로자들은 장갑과 얼굴보호용 장구, 방독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채 이 유독성 물질을 이용, 밀폐된 작업실에서 쉼없이 일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근무했던 사업장은 당국의 근로감독이나 재해 예방 지도의 손길이 뜸한 영세기업이어서 다른 근로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도내 대부분의 영세 사업장들이 유독성 물질에 대해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도내에는 TCE 취급 사업장이 161곳으로 모두 497명의 근로자들이 이를 이용, 매일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집계하고 있다. 노동사무소가 뒤늦게 이들을 상대로 보건검진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특별점검을 실시하는등 수선을 떨고 있으나 이번에도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월에도 화성에서 8명의 태국여성근로자들이 유독성 세척제에 중독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노동사무소는 당시에도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1년뒤 결과는 똑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사무소의 대책은 사후약방문격이 아닐 수 없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으나 여기만을 탓 할 수ㄸH 없다. 도내에는 이런 영세 기업들이 수없이 많이 있어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에대한 법적, 예산적 대책을 세워 철저히 유독성 산업재해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모든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하고 적극적인 재해 방지대책을 세워줄 것을 재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