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이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빨랫줄에 목을 맨 주검의 주위에선 평소 사용하던 안경과 휴대폰, 지갑 등 소지품이 가지런히 정리된 채 발견됐다고 한다. 무연고자로 알려진 이 철거민의 자살은 안타까움과 우리 사회의 주거권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겨준다. 개인적인 삶과 사연이야 어떻든 강제철거된 현장에서 홀로 사는 이가 유서조차 없이 이승의 끈을 허망하게 놨다는 점과 영세민의 기본적 주거권이 무시되는 현실은 되짚어볼수록 가슴아프다.
문제의 향촌지구는 남동구 만수 2·3동에 걸친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이미 이주를 택했지만 일부 갈곳없는 세입자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자살한 신모씨는 지난 13일 사업주인 주공인천본부가 철거반원을 동원한 사업지구내 미이주 가구 강제철거에 나선 이튿날 숨진채 발견됐다. 주공은 본의 아닌 사태에 강제철거를 잠정 중단했으나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철거민들은 여전히 힘겹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벼랑끝에 서있는 철거민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경제성장에 따른 재개발이 곳곳에서 빚어내는 사회적 불협화음이다. 특히 불협화음의 중심에는 대부분 영세 세입자가 있다. 대치 상황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숨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산 수청동, 지금도 한창 시끄러운 수원 화서아파트 등이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은 특단의 정책적 배려와 대책을 통해 영세민들의 주거권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행처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현재 인천지역만 재건축이 진행되거나 계획된 곳이 180여곳에 이르고 있다.
신씨는 숨지기 하루전 부서진 셋방 앞에서 황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실오라기만한 희망조차 끊어진 철거민의 상심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한데 이어 막노동 벌이조차 시원찮은 판에 피곤한 몸을 누일 서너평 조차 부서지니 그 심리적 압박감이 오죽 했을까. 이는 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의 책임이 아닐수 없다. 각종 개발과 재개발의 와중에서 이들의 주거권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이들로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주권이나 입주권을 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갈 곳없는 영세 철거민들을 위한 대책없이 이뤄지는 개발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재개발
입력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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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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