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산성비는 역시 우려했던 대로 중국발 오염물질의 운반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두가지 자료가 나왔다. 인하대 황사연구팀이 조사한 지난 4월8일 황사에 대한 분석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산성비 측정자료가 그것이다. 두 연구는 모두 우리가 중국산 대기오염물질의 직접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그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해한 중국 오염먼지를 우리가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 분통이 터진다. 정부 차원에서 동북아 공동대응책 마련에 급피치를 올리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인하대 연구팀의 분석은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대를 거치면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다량 포함한 극미세먼지 상태로 한반도에 불어온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걸러지지 않는 작은 크기여서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유난히 지독했던 지난 4월8일 황사의 경우 이러한 극미세먼지가 ㎡당 최대 2천100만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산성비의 원인인 중국산 오염물질량이 4년 사이(98~2002년) 최대 87%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실정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극미세먼지 예보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엔 황사 지각예보 소동도 벌어졌다. 올해 황사의 계절은 지나간 듯하지만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더 지독한 황사와 이로 인한 산성비가 내려도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중국 내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은 해가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공업화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추세를 보인다. 이제 황사는 한낱 기상청의 예보 문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가 됐다. 예보 기준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물론 광범위하고 치밀한 황사 피해 연구를 각 부처 공동으로 진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동북아의 공동 환경대응도 더욱 긴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중·일 3국이 함께 대처하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진척은 신통치 않다. 중국정부는 책임회피 차원에서, 일본정부는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피해가 적다는 이유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동북아가 함께 대처해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일도 우리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