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인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15명의 대법관 후보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서 누가 대법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전례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결정 기준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크다.

추천된 인물들은 이른바 정통 법관 출신들과 검찰·학계·재야 변호사 등이다. 그리고 그 성향에서도 보수와 진보적 인물들이 섞여 있다. 이미 비공식적 조직이나 단체들도 대법관 인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들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해 대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후보자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인사가 중복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대법관 인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과거 사법부와 다른 새로운 대법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코드인사의 가능성과 대통령 동기생들의 추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또한 정통법관을 우선해야 한다거나 기수를 중시하여 법원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한다. 뒤집어 보면 보수 법관이 대법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홈즈 대법관이 왜 법관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던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딸깍발이 판사로 불렸던 조무제 전 대법관의 청빈과 도덕성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대법관은 사법부의 꽃이자 심장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의 잣대나 기수 중심형 인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법관이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자격을 갖춘 법관이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할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인권에 관한 실천의지는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국민의 편에서 사법행정을 개선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넷째, 도덕성과 인품에서 존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다섯째,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진취적 판단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서는 정치적 인사나 명백한 오심을 행한 인물들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추천된 후보자 중에 향토 법관이 없는 점은 유감이지만 여성과 비서울대 그리고 검찰 출신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