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근로자 5명을 납치했던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가 예상외로 빠르게 석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로켓포까지 갖추고 격전 끝에 우리 근로자들을 데려갔던 터라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는데 귀환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숨 돌릴 듯하다. MEND는 지난 1월과 2월에 납치했던 외국인들을 각각 19일, 70일만에야 풀어주었다. 하지만 MEND는 '대우를 비롯한 모든 석유 관련 회사들이 이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향후 추이를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근로자들이 납치된 포트하커트는 나이지리아 산유지인 니제르델타에 위치한 리버스주 주도인 경제중심도시로 한국건설 인력이 400명 가량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정부에 저항하는 정치세력들이 크고 작은 무장세력을 이끌고 끊임없이 정부군과 또는 반군끼리 충돌하는 사례가 많다. 무장세력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인을 납치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납치·습격을 자행한다. 언제든지 이같은 납치사건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사건 발생 직후 우리 정부가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 담당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을 급파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석방을 앞당기는데 도움을 주었는지도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로켓포까지 동원되어 교전이 이루어지는 위험한 지역에 우리 근로자들이 나가 있는데도 허술하게 대응했다가 5명이나 피랍당하는 일을 겪은데 대해서는 정부와 파견사 모두 책임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현지의 정치적 상황을 거의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실정에 어두웠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재빠르게 대처한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 근로자들은 세계 곳곳에 나가 국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정이 불안한 지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위험도 무릅쓰고 용감하게 나선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이 통하고 인정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근로자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이익을 챙겨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정이 불안한 지역의 정황을 세심히 살펴 심화가 우려되는 지역에서의 근로자철수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파견사와 직원의 철저한 교육을 통해 인명피해와 불안을 막아야 한다.
해외파견 근로자 안전대책 강화해야
입력 200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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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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