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아이들 점심 먹이는 문제로 난리를 겪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점심 한끼 먹이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너무 초라하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목표는 급식업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쪽으로 사태 수습의 방향을 잡는 듯 하다. 그러나 급식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만으로 지금 겪고 있는 급식대란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는 식중독 원인균 보다는 정부의 적당주의 행정을 찾아내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학교급식 현장의 문제점을 외면해왔다. 직영급식이 위탁급식에 비해 월등히 안전하다는 통계를 무시했다. 또 학교급식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할 영양사 인력 충원에 눈감았다. 급식현장에 대한 위생점검 권한은 독점한 채 실제 점검 인력이나 장비 확충은 게을리했다. 그리고 원인균 확인과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급식업체의 책임을 묻는 일과 대체급식이 불가능한 제도를 유지해왔다. 안전한 급식을 위한 현장의 제안을 예산부족을 이유로 거들떠 보지 않았고, 행정편의주의를 앞세워 무시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급식대란이 일어나자 학부모들은 대체 급식이 신속하게 재개되지 않는데 대해 정부와 학교를 성토하고 있다. 안싸던 도시락을 꾸리자니 그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자식의 먹거리를 생각하는 학부모이고 국민이라면 몇년을 도시락을 싸주더라도 학교급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끈기있게 촉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직영과 위탁의 차이도 모르고, 정부의 무책임한 급식행정에 무관심하다가,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자 자신의 불편만을 호소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학교가 지켜주지 못하면 우리가 지키고 개선하겠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급식대란은 정부도 학부모도 서로의 편의만 앞세워 대충 실시해 온 학교급식의 결과이다. 정부는 예산과 인력부족을 핑계로 급식의 기본인 안전과 위생에 소홀했다. 학부모는 일만 벌어지면 학교와 정부를 향해 주먹질만 해댔지, 학교급식 현장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시민의식이 부족했다. 이런 사정을 모두 외면하고 급식업체만을 쥐잡듯 잡는다 해서 학교급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역학조사를 빨리 마치는 일 보다, 우리 사회의 희망들에게 안전한 밥 한끼 먹이지 못하는 부실 사회의 자화상을 지우는 일이 더욱 급해 보인다.
급식대란이 드러낸 부실 사회의 자화상
입력 2006-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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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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