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 백석동의 출판단지를 주거용지로 바꾸는 방안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묵은 난제가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재상정됐기 때문이다. 3만3천평에 달하는 출판단지는 십여년이 넘도록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으로, 용도변경을 통한 개발론과 특혜론이 맞서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고양시는 지난해 말 일산동구 백석동 1237 일대 일반상업지역(유통업무설비시설 용지) 3만3천여평을 일반주거지역과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2020년 고양도시기본계획안' 승인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시는 이 땅이 당초 일산신도시 자족화를 위한 출판문화시설 유치를 목적으로 결정됐으나 출판단지가 파주시로 이전함에 따라 나대지로 남아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진산업은 부지의 70%는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는 교육특구로 만들어 공익을 위해 쓰도록 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이 안건을 지난달 26일 도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자체 의견으로 '기반시설과 베드타운화 방지대책, 자족기능' 등의 미흡을 들어 '용도변경이 불합리하다'고 올렸고, 결국 도도시계획위원회에선 소위원회에 심의를 위임했다. 도는 일산신도시가 인구수용과 기반시설의 공급균형을 맞춰 개발된 도시여서 추가로 출판단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립할 경우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베드타운으로 전락돼 일산신도시 전체의 주거환경을 해칠 게 뻔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도는 다른 용도로 꼭 바꿔야 한다면 인근의 국제전시장 등과 연계된 자족기능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공공시설로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양시에 전했다. 공영개발 벤처빌딩 등 자족기능 목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출판용지 목적으로 산 땅을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데 지자체가 이를 선선히 수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미 10년이 넘도록 방치돼 왔고 여러 여건이 목적을 상실했다는 현실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시대가 변하고 주위 환경이 달라지면 그 땅의 쓰임도 달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거·교통환경을 해치고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는 방향이어서는 안된다. 기왕 도시계획심의위에 부쳐진 만큼 투명한 논의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내기를 기대한다.